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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사는이야기

난 키크고 모델 좋은 사람 보면 기분이 좋아.

cyanluna 2018. 3. 29. 22:20

오늘 지난주에 유니클로에서 샀던 바지를 수선하러 동네 수선집에 갔습니다. 회사에서 입을 정장형태의 슬렉스 바지인데요. 지도에서 주변 수선집을 검색해서 보니 약 500미터 떨어진 아파트 단지 상가에 하나 있었습니다. 아무생각없이 걸어서 그 곳에 도착하니 지하에 작은 수선집이 여느 상가 풍경과 다를 바 없이 조그만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한 60세정도 되어보이는 할머님께서 돋보기 안경을 쓰고 남은 박음질을 마무리 하고 계셨습니다. 바지를 꺼내어 기장을 줄여달라고 말씀드리고 바지를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그리곤 할머님께서 저를 보며 아주 시원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난 키크고 모델 좋은 사람 보면 기분이 좋아"~!  

뭐 듣기 좋은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민망하게도 사실 전 전혀 모델스럽지 않습니다.ㅠ_ㅠ. 할머님의 기분좋은 인사치레임에 분명합니다.) 그리곤 할머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약 40년간 앙드레김 의상실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은퇴하고 6개월간 우울증이 생기셨다고 합니다. 하던 일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에 천안에 작은 수선집이 매물로 나온게 있어 매입해서 운영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시작 하신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일감이 몰려들어서 쉴새가 없으시다고 하시네요. 그 말씀을 투털거리며 하셨지만 목소리에서는 활기참이 넘쳐 났습니다. 한 가지 일을 40년 넘게 해오는 동안의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참치집 주인이 아침에 신선한 참치가 들어오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고 한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정육점 주인도 마찬가지구요. 이런 분야 말고도 제가 일 하고 있는 프로그램 분야에서도 깔끔하게 군더더기 없는 소스코드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전 이해 할 수 없었지만요. 아직도 제가 그 소스코드를 본다고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네요. 더 옛날에 읽은 책에서는 -핵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였던 것 같습니다- 학회 논문 발표에서 무언가 틀어진 전개를 보고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자세가 배배 틀어진다고 합니다. 기분이 좋으면 고개를 허리를 곧추세우고 연신 끄덕이구요. 당시 모든 참관자들은 그의 그러한 버릇을 알고있었고 그의 자세를 보고 발표를 평가했다고 했습니다.

이 이러한 즉각적인 심리반응은 고수들만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깊이 분석하지 않아도 풍기는 그 무언가만으로도 직감적으로 아는거죠. 맞다 틀리다 혹은 좋다 나쁘다를요.  감각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는 것 입니다. 

저도 저를 직감적으로 기분좋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네요.일을 제 손에서 잘 끝내면 기분이 좋긴합니다. 제 바지는 예쁘게 수선이 잘 될 것 같습니다. :D


덧.수선집 위치는 지도에 첨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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